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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당첨자 근황.pdf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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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645]

“ 좋은 운명을 쟁취하셨군요!”

 

  이름 도아연 | 都亞緣
나이 및 생년월일 36세 | 1988.5.19
성별 남성
국적 한국
소속 지원팀 | 설계팀
185cm 77kg 오염도 77%

 



외관

이따금 그 뻣뻣한 머리칼에선 두꺼운 천이 흩날릴 때 날 법한 소리가 났던가? 펄럭, 펄럭…. 걸을 때마다 부산스레 흩어지는 머리만큼 통통거리는 걸음걸이로 노 다닌다. 뒤에 붙지 마! 저 머리카락에 뺨 맞아봤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회사 게시판으로 스티커 설문조사 받은 적도 있던가? 하여간 본인도 몰라서 머리를 묶고 다닌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따라 할래야 따라 할 수 없는 컬러의 머리는 복권 종이와 똑 닮았다. 낮다고 할 수 없는 오염률에 이정도 외관이면 나름 평범하지 않을까.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얼굴과 과장된 제스처 탓에 착장에 신경이 가기 어렵지만,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의외로 단정하고 정숙하게 설 줄 아는 것이 보였다.

 

혈색이 빠져가는 건지 피부마저 복권화가 되는 건지 모르겠는 하얀 피부. 짙고 올라간 눈매. 얼핏 붉은색으로 착각하기 쉬운 다홍색 홍채에 비교적 큰 동공. 날카롭게 올라간 입꼬리는 조금만 웃어도 쾌활한 인상. 한쪽만 낀 짧은 가죽 장갑과 다섯 손가락 전부를 장식하는 은반지들은 제 나름의 과시. 머리만큼이나 긴 기장의 비대칭 정장은 익숙한 듯 불편한 기색 없이 잘 입는다. 완장처럼 칠해진 오른팔에 인지필터가 부착되어 있다. 미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지만 제법 반반한 얼굴.



성격

[운명설파자/완벽한/재수없는 대인배]

 

지독한 운명론자. 나쁜 일도 운명, 좋은 일도 운명에 의한 것이라고 떠드는 태도에 타인을 위한 당근은 없다. 정확히는 확률을 믿고 살아가는 사상에 대한 무시랄까. 말하길 삶은 태어나는 순간 주사위로 그 결말까지 정해진다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던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신도 운명이란 주사위를 새로 굴릴 순 없을 테니 놀이라고 부를 처지가 못 될걸? 그러므로 닥쳐오는 일에 태연하고 슬픈 일에 절망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 *망한* 상황을 만들어 낸 건 운명이거든. 타인도 이를 똑같이 적용하고 극복하길 원하는 탓에 남을 굴뚝같이 아끼는 상냥함에도 지독한 괴짜로 비춰진다. 다행이라고 할지. 부서의 평균 퇴근 시간을 13.334분이나 앞당겨줬던 끔찍하게 완벽한 엘리트라, 첫인상은 구릴지 몰라도 제법 괜찮은 인간상이다. 실수를 따끔한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사람과는 맞지 않겠지만 모든 실수를 용인해주는 동료! 직장 스트레스가 한창 이슈인 요즘 한국에서 얼마나 상사로 두고 싶은 사람(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인가? 이 완벽함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그건 기타란으로 넘기고. 결론적으로 기대가 말살된 것마냥 구는 태도는 그가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이유인 동시에 재수없는 이유다.

 

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일어난 일 하나하나 일희일비하면서 내 탓 남 탓 하다가는 고달픈 인생이 안그래도 더 힘들어진다고? 그냥 내 말 들어. 햄버거 쏠 테니까 먹으러 갈 사람!



기타

 

랜덤 캐릭터 생성!

특이점 발현 이전을 ‘전생’이라 말한다. 6년 전을 전생으로 부르는 게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연은 특이점 발현 이전의 자신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의 몸은 한차례 교체되었다.

30세. 발현 사유는 우연히 산 로또 1등 당첨. 감정이 북받쳐서 그랬다나. 직후 빨려 들어간 네모에서 ‘새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릴 적 했던 게임처럼 캐릭터의 능력치를 주사위로 정할 수 있었는데, 아연은 영겁의 시간 마음에 드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굴려  완벽한 ‘사기캐’를 만들었다. 어이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지금 자기 몸이란다. 네모 한번 잘 만난 걸로 인생을 날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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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교체한 후 네모는 자연스럽게 흔적을 감췄다. 오랜 시간을 네모 안에서 보냈으나 실제로 흐른 시간은 하루. 직후 현장팀 야경꾼에게 발견되어 즉시 입사 제의. 승낙. 이게 6년 전. 별다른 의문이나 주저 없이 입사하게 된 것은 흐릿해진 인간 자아의 탓도 있으리라. 이젠 뭐든 잘하는 몸인데 귀찮아하기도 좀 쑤시지 않은가? 모든 부서 적성 우수. 엘리트라면 엘리트 부서를 가줘야지…? 훈련생과 인턴 시절을 제외해서 지원팀 경력 3년. 재밌어서 잘한다가 아니다. 잘해서 재밌다. 비록 옆 동료가 온몸을 믹서기에 갈아 오는 회사지만, 그건 그거고. 끝내주는 오피스 라이프를 즐기는 중.

 

전생이라고 부르는 만큼 신분을 말소했다 추측하기 쉽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그도 그럴게 로또 1등 당첨된 인생인걸? 당첨금은 당연히 수령했다. 행적이 묘연한 로또 1등 당첨자로 지낼 수 있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나. 로또 외를 이야기하자면 꽤 되는 대학을 나왔단 기록이 있다. 뭘 배웠는지, 그때의 성격이나 외관이 얼마나 달랐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마당에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그래도 언제 한 번 사람인 척하고 싶을지도 모르지. 라는 마음에.

 

특이점

가장 잘하는 것은 변수 삭제. 계획이 노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 누군갈 구석으로 몰아넣을 때 계획된 장소 외의 문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 섬유의 보풀과 같이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의 제거. 외의 것들은 평범하게 잘하니 하이브리드 하다.




최초 입사 때는 오염도가 양호했으나 이후 오염도가 꾸준히. 가파르게 오르는 중. 이적을 고민한 때도 있지만 경력을 채워 팀장을 하고 싶은 마음도 굳건하고. 일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올라 업무와는 관계없다는 결론이 났다. 오염도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게 없다. 농담삼아 곧 가실 분이라는 말이 돌기도 하지만 크게 틀린 말도 아니라 있을 때 잘해주자.

 

영침은 자랑처럼 지니고 다니는 1등 당첨 복권.

콧수염 얼굴이 달린 귀여운 겜블칩은 언제부턴가 들고 있었다고. 아마 전생의 자신 것. 복권에 겜블칩이라 오해할 수 있겠지만 도박사랑꾼인 건 아니다. 기적의 확률은 기적의 운명이라고 바꿔 말하는 이라서.

 

취미 : 배우는 것, 설계, 예술

잘하는 것 : 좋아하는 것, 설계와 전략 짜기, 분리수거

좋아하는 것 : 미인, 수기로 쓰인 글, 닥터페퍼, 파인애플 피자

싫어하는 것 : 운을 시험하는 게임











비공개 프로필



비밀 설정

 

[사실은 전부 기억하고 있다…]

 

도아연에겐 꿈이 있었다. 커서 삼○회장… 만큼은 아니더라도, 멋진 기업의 멋진 회장이 되는 것. 꿈같은 이야기지만 원래 꿈도 원대하게 꾸는 자가 성공하는 법 아닐까. 그리 믿고 열심히 살아 좋은 성적, 좋은 커리어를 기록하고 충분한 자금과 계획을 마련한 채 사업을 꾸린다. 분야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그리고 망했다. 운이 나빠서.

이런저런 회생의 노력은 있었지만 소용 없었고. 사업과 자금을 몽땅 말아먹은 아연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서 살아가지만 어느 회사도 자신의 능력을 빛나게 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이직과 퇴사를 반복한다. 근데 인간의 정신이란 게 어쩔 수 없이 유약한 거라서, 노력에 성취가 따라오지 않자 아연은 자기 비탄에 빠지게 된다. ‘내가 문제인가?’ 서서히 인생은 나락행 롤러코스터의 정점에 오른다.

회사는 다니기 싫고, 돈은 필요하고. 주식에 도박까지 넘어가 자기파괴를 시작한 아연은 빚더미에 올라 계속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지 못한다. 사실은 전환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고. 그러다 우연히 당첨된 로또. 그리고 상금 22억을 보자 떠올리고 만 것이다. ‘이 운으로 내 사업이나 성공시켜 달라고…’

 

꽁꽁 뭉쳐두었던 감정이 한 번에 터졌다. 왜 이런 곳에서 운이 좋지? 사실 이거 하나 때문에 운을 다 끌어다 써서 사업이 망했나??? 유치했지만 그만큼 힘들게 살아서 억울했다. 운이 나빠서 폭삭 망해버린 것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능성. 확률.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평행우주들과 그렇게 살고있는 ‘나’를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납득할 수 없는 감정이 고조되어 특이점이 발현했다. 애초에 사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던 거야. 난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잃고 1등 로또를 얻을 운명이었던 거다.

 

그렇게 한시라도 앵무새마냥 운명 탓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나가버리는 유리멘탈이 되었다. 맞지 않으면 대미지도 없으니 생긴 최강의 방어기제 ‘회피’. 남들 잘한 일에 으레 운명 탓 하면서 속으론 손수건 뜯고 배 아파한다. 언제나 악에 받쳐있달까.

 

[운명]

운명 때문에 망한 걸로 했으니 당연히 그런 운명을 지닌 자신이 싫었다. 계속해 인생의 전환점을 찾았던가. 그에 걸맞게 발현 동시에 도착한 네모는 자신의 존재를 바꿔 끼울 수 있도록 조성된 랜덤 캐릭터 뽑기 도박장.아연은 기꺼이 몇 번이고 주사위를 던져 최고의 능력치만 가져가 지금의 자신으로 거듭났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도 모르는 진실이 있다.

 

몸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네모를 사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다. 망한 인생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해 사람들을 노름에 빠지게 하고 영원히 헤매게 만드는 네모… ‘피와 살 도박장’. 4등급. 이 네모의 생환율과 감지율이 처참한 탓에 제대로 밝혀진 것이라곤 10년 전쯤의 기록과 아연의 증언뿐이다. 이에 도아연의 몸이 바뀐 것도 네모의 특징으로 기술되었으나 이 탓에 피와 살 도박장 찾기가 유행한 적도 있다. 극심한 회피 성향과 네모의 사기가 먹혀들어간 케이스일 뿐. 아연의 몸이나 소위 능력치는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이리 잘 났냐면, 그냥 실제로 잘날 수 있던 인간이었다. 자기 비하가 좀 심해서 그렇지… 속세가 이렇게 무섭다.

 

잘 생각해보면 기억이 그대로인 점. 외관이 오염률로 인한 변화를 제외하곤 똑같은 점. 사실 인세에서도 지금 같은 엘리트였던 점. 등등 몸이 바뀌지 않았단 결론은 쉽게 도출해 낼 수 있음에도 그 망할 ‘회피’ 탓에 나몰라라 지내고 있다. 알기 싫고 관심 없고 버리고 싶고. 오염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이유는 네모에서 자신이 새롭게 탄생했다고 진실로 믿고 있는 탓이다.



가족은 사업 빚과 도박 빚이 쌓인 시점에서 연이 끊겼다. 외동. 현재 빚은 로또 맞은 돈으로 전부 갚았다. 현세에 대한 기억이 있는 만큼 자각은 없어도 일말의 미련은 있는 편.

사업을 하고 싶은 욕구는 아직도 남아있으나 야경꾼의 신분으로서 이도저도 못하고 대충 만족하며 지내는 중. 이것도 아무나 대체하지 못하는 일이긴 하니까. 더불어 잘하기도 하고.




러닝 이프

 

자신이 원하는대로 안 되면 상대방은 불사하고 자신까지도 내려찍어 박살 내는 도자기 장인 무드의 상당한 컨트롤 프릭입니다. 당장은 잘 지내고 있지만 도저히 운명으로 커버칠 수 없는 일이나 여럿에게 작작 하라고 욕먹으면 지금의 몸을 또 버리고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하겠죠… 하지만 몸을 바꿀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거고, 당장은 모르지만 예전과 동일한 능력으로 지금같이 번듯한 엘리트가 되었단 점에서 너무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태생의 문제가 아니야! 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포지션은 괴짜. 헛소리 전문. 근데 엘리트가 해서 어딘가 맞말 같기도 하고 열받는…. 재수 없고 인생에 굴곡도 없었을 것 같은 느낌으로 굴리다 인간적인 면(실패가 많았던 인생. 질투나 화가 많은 것)이 있다는, 의외의 반전을 주고 싶습니다. 

사실 나도 슬픈 과거가 있다. 보다는 끝까지 자기부정만 하며 주변인에게 위화감을 심다 결국 옛날의 자낮으로 돌아와버리는.

 

운명론은 남과 자신을 내려치기 위해 들먹이는 만큼 생각보다 불같고 욕하는 것에 주저 없는 높은 행동력의 성정입니다. 이에 양극단으로 치닫는 관계. 한쪽에게는 실수를 덮어주어 좋은 사람, 한쪽에게는 좋은 일도 덮어버리는 나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목표지만… 후자로 보이기 훨씬 쉬우므로 한 면만 보여도 상관 없습니다. 남들이 마음고생 하지 않길 바라서 운명 들먹이는 것도 진심이긴 합니다. 상대방이 이에 순응하지 않고 극복해내는 성장 서사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끝까지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파멸하거나 아픈 손가락을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지내게 되는 두 개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너들과 커뮤 스토리에 맞춰 이것저것 바뀔 수 있지만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오염도 상승 시 변화

머리카락 끝이 완전한 종이로 변하며 머리카락과 종이의 경계가 절단됨. 온 몸이 종이로 겹겹이 쌓인 조각상처럼 변화. (ex 리 홍보의 작품) 사고능력 마비. 비이성적. 심각한 도박 충동. 모든 대화의 시작과 끝을 ‘양자역학은 틀렸다’로 장식.



입사 당시 녹취록

Q. 입사 축하드립니다. 본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간단한 소감이나 각오를 밝혀주세요.

A. 100% 취업 보장이라니 뒷 세계는 제법 대단하네요. (잠시 정적.) 네모는 한차례 겪었습니다. 그 안에서 나와 같이 주사위를 굴리는 사람을 봤어요. 나는 무사했지만 그는 이미 저 너머로 간 것 같더라고요. 당신들 말에 의하면 완전히 사라진 존재가 된 거죠. (짝! 소리.) 그를 구하지 못한 당신들의 운명은 애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온 운명이 저인 모양이에요. 당신들끼리도 내 입사를 축하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Q. 후회해 돌이키고 싶은 일이나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을 한 가지 이상 말씀해주세요. 이제 이룰 기회가 없다고 해도!

A. ………없죠. 저 방금 태어났어요.

*실패한 사업에 재도전. 시기도 상황도 완벽히 파악해서 운 따위로 결과가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Q. 본 서류에 서명한 후에는 자진하여 퇴사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엄지로 찍지 않는 건 언제든지 손이 문어 다리가 된다든지, 없어진다든지 하는 이유인가요? (웃으며 이름을 적는다.) 이곳이 절 담을만한 그릇이길 바랍니다. 아니라면 내가 뜯어 고쳐야 하니까요…



서명란
도아연